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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MBTI는 정말 변하지 않는가? 성격의 고정성과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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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정말 변하지 않는가? 성격의 고정성과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많은 이들이 자신의 MBTI 결과를 마치 '성격의 운명'처럼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심리학의 관점에서 성격은 고정된 것일까, 아니면 변화 가능한 것일까? 본 글은 MBTI의 이론적 기반과 그 한계, 그리고 현대 심리학에서 바라보는 성격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다룬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MBTI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성격은 과연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성장 속에서 변해가는 것인가?

MBTI, 성격을 말하는 도구인가 성격을 규정하는 굴레인가?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성격 유형 검사 중 하나로, 사람의 성격을 네 가지 척도(E-I, S-N, T-F, J-P)를 조합하여 총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MBTI 유형을 통해 자아를 이해하고, 인간관계를 개선하며, 진로 탐색의 도구로 활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MBTI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MBTI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통념은 심리학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이 통념은 한편으로는 개인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의 성격이 정해진 틀 속에 갇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나는 INFP니까 원래 내향적이야"라며 사회적 기회를 회피하거나, "ESTJ라서 감성적인 걸 이해 못 해"라며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는 MBTI의 본래 목적과는 다소 어긋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MBTI는 진정으로 고정불변한 성격을 설명하는 도구일까? 아니면 사람의 성장과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심리적 경향성을 보여주는 일시적인 지도일 뿐일까? 서론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제기하며, 본론에서는 MBTI의 이론적 기초와 성격 변화에 대한 심리학적 견해, 그리고 실생활에서의 변화 가능성 사례 등을 중심으로 MBTI의 본질과 그 유연성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고자 한다.

 

성격은 고정된 것인가, 변화하는 것인가: MBTI를 둘러싼 심리학적 논의

MBTI의 이론적 기초는 칼 융(Carl Jung)의 심리유형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융은 사람들의 인식 방식과 세상을 이해하는 태도에 따라 다양한 심리적 경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으며, 마이어스와 브릭스는 이를 바탕으로 4가지 이분법적 축을 만들어 16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했다. MBTI는 이처럼 "경향성(tendency)"에 중점을 둔 도구로, 개인의 고유한 성격 경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MBTI는 성격을 '변하지 않는 것'으로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격 유형은 상황, 경험, 삶의 단계, 심리적 성숙도 등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성격을 생물학적 기질과 사회적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하며,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 가능한 존재로 본다. 특히 성격 심리학의 빅 파이브(Big Five) 이론에서는 외향성, 개방성, 성실성, 우호성, 신경성이라는 다섯 가지 성격 요소가 삶의 경험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불어 현대 심리학에서는 "자기개념(self-concept)"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 성격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즉,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실제 행동이나 감정, 인식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성격 자체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내향적인 사람이 사회적 경험을 통해 외향적 행동을 자주 하게 될 경우, 자신의 성격적 경향성이 점차 외향성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의 과정에서도 MBTI 유형이 변화하는 사례는 종종 관찰된다. 이는 내면의 인지적 구조와 정서적 반응 방식이 변화하면서, 사람의 행동 유형과 사고패턴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MBTI는 '고정된 성격'의 반영이라기보다는, 현재 시점에서의 성격적 경향성을 나타내는 ‘스냅샷(snapshot)’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은 MBTI를 보다 유연하고 역동적인 도구로 바라보게 한다. MBTI 검사를 정체성의 절대적 기준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개인의 현재 상태와 발전 방향을 파악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보다 심리학적으로 타당하다는 뜻이다.

 

MBTI의 올바른 활용: 자기이해에서 자기성장으로

MBTI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 유용한 도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MBTI 유형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그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순간, MBTI는 자기이해의 도구가 아닌 ‘심리적 감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MBTI를 현재 자신의 경향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그것은 자아 성찰과 성장을 위한 강력한 심리적 거울이 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발전 가능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이는 MBTI에서도 마찬가지다. 성격 유형은 정체성이 아닌 경향성이며, 더 넓은 자기이해와 성숙을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사람은 새로운 환경, 관계, 경험, 심리적 통찰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과정에서 성격 유형 역시 유연하게 진화할 수 있다. 예컨대, 한때 강한 내향성이었던 사람이 외향적 인간관계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더 개방적이고 사회적인 유형으로 변화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는 성격이 단순히 타고난 것이 아닌, 삶을 통해 만들어지고 조정될 수 있는 심리적 구조임을 입증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MBTI가 보여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통해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석’이다. MBTI는 자기이해의 시작점이지, 끝이 아니다. MBTI 결과가 바뀌었다고 해서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변화는 당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MBTI를 단지 유형 분류의 틀로 보기보다, 보다 깊은 자기 성찰과 변화 가능성을 여는 하나의 창으로 활용할 때, 우리는 진정한 심리적 자율성과 인간적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성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과 함께 진화하는 ‘심리적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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