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왜 ‘내향적인 척’ ‘쿨한 척’할까? 디지털 시대 페르소나 심리학

 

MZ세대는 왜 ‘내향적인 척’ ‘쿨한 척’할까? 디지털 시대 페르소나 심리학

MZ세대는 현실보다 디지털 공간에서 더 많이 자신을 표현하며, SNS 상에서의 이미지와 실제 자아 사이의 괴리를 자주 겪는다. 이들은 종종 내향적인 척, 혹은 쿨한 척하며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구성하고, 그 속에서 사회적 피로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본 글에서는 융의 페르소나 이론을 바탕으로 MZ세대의 정체성 전략과 ‘척’ 문화의 심리적 배경을 해석하며, 자신을 지키는 건강한 표현 방식에 대해 고찰한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나요? 척하는 사회와 정체성의 혼란

SNS 프로필에는 ‘ENFP지만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 ‘사회성 만렙이지만 내향인’, ‘감정적 소모 싫어하는 쿨한 인간’ 같은 자기소개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단지 재미있는 문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MZ세대는 ‘자기다움’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고, 평가받지 않기 위해 ‘척’하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구성한다.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페르소나(persona)’ 개념과 매우 밀접하다. 칼 융은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정의했다. 이것은 본래의 자아(Self)와는 다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기대에 맞춰 자신을 조절하는 외적 자아다. 문제는 MZ세대가 이 가면을 **자신의 본 모습**이라고 착각하거나, 끊임없이 **가면을 쓰는 상태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자란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그 표현은 종종 ‘실제 나’가 아닌, **‘보이고 싶은 나’로서의 전략적 자아**일 경우가 많다. ‘내향적인 척’, ‘쿨한 척’, ‘센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은 자신을 보호하거나,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생존 전략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이처럼 ‘척’하는 행동이 반복되면, 결국 자기 정체성에 혼란이 생긴다. 나는 정말 이런 사람인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보여야 했던 건가? 이러한 질문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자아 분열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이 글에서는 ‘척’이라는 심리적 장치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며, 그것이 MZ세대의 자존감, 감정 조절, 대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본격적으로 분석해보려 한다.

 

페르소나라는 심리적 가면: MZ세대는 왜 ‘척’하는가?

MZ세대는 유례없는 수준의 관찰 속에 살아간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단 몇 초 만에 누군가의 이미지가 소비되고, 반응이 숫자로 수치화된다. 이런 환경은 개인이 **자신의 본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보다, 계산된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쪽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척 문화’다. ‘척’의 대표적인 형태는 내향적인 척, 혹은 무심한 척이다. 사람들이 이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불편하거나, 상처받기 싫어서다. ‘나 다정해요’라고 먼저 말하는 것보다, ‘나 감정 소모 싫어해요’라고 말하는 쪽이 덜 취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방어적 페르소나(defensive persona)로서 기능하며, 대인관계에서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심리학적으로는 ‘척’이라는 현상이 ‘자기개념(self-concept)’과 ‘사회적 자아(social self)’ 사이의 긴장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MZ세대는 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서로 다른 자아를 구성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세련된 버전의 나, 트위터에서는 냉소적인 나, 유튜브에서는 친근한 나로 분화되며, 이 과정에서 하나의 정체성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다중 페르소나**로 살아간다. 이는 한편으로는 유연성과 창의성의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피로감과 자기 인식의 혼란을 유발한다. 게다가 MZ세대는 사회적으로 ‘꾸밈 없는 나’를 강조하는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완벽히 포장된 나’를 요구받는 역설적인 문화 속에 놓여 있다. 이는 그들에게 ‘나는 있는 그대로 괜찮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게 한다. 현실과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나 사이의 괴리는 우울, 자존감 저하, 관계 피로를 부추긴다. 특히 자기 인식을 구성하는 데 타인의 피드백을 많이 의존하는 사람일수록, ‘척’하는 자신의 모습에 더 큰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MZ세대의 척 문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정체성과 감정,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조율하려는 고단한 심리 전략**이다. 이는 페르소나의 지나친 동일화가 낳는 심리적 부담이며, 나아가 ‘진짜 나’를 점점 잊게 만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척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를 위하여

‘척’하는 문화는 단기간에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체성의 흐림, 감정 표현의 어려움, 진정한 관계의 결여를 가져올 수 있다. MZ세대가 이러한 ‘척’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인식의 확장**과 **안전한 정서적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 먼저, ‘척’하고 있는 자신의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 시작이다. 나는 언제 ‘내향적인 척’을 하는가? 왜 ‘쿨한 척’을 하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상황의 감정을 관찰하는 훈련은 자아와 페르소나를 분리하는 중요한 심리적 연습이다. 이는 감정노트를 쓰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둘째, 감정을 감추는 것보다 ‘정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 힘들었어”, “이건 조금 서운했어”라는 말은 취약해 보일 수 있지만, 관계를 깊게 만드는 힘이 된다. 정서 표현은 단지 감정의 해소가 아니라, 자아의 중심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점차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셋째, 여러 페르소나 중에서 ‘진짜 나’에 가까운 자아를 중심에 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을 덜 신경 써도 되는 공간—예를 들어 친구들과의 비밀 계정, 오프라인 독서모임, 감정 공유 모임 등—에서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시험하고 확인해보는 경험은 자기 회복력을 높인다. 결국, 우리가 쓰는 ‘척’이라는 가면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에 대응하는 방식일 뿐, 우리의 본질은 아니다. MZ세대가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다양한 자아들 사이에서 흔들리더라도 ‘중심의 나’를 지키는 연습을 통해 진짜 자신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페르소나는 사라질 수 없지만, 그것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은 분명 가능하다.